저작권에 대해서


 "퍼가도 되나요?", "스크랩해가도 되죠? 문제되면 지울게요~"


 종종 렉앤플레이 댓글이나 방명록, 혹은 메일로 받는 질문과 댓글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저작권'이라는 말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블로그에 한번 올렸다가 수천만원 손해배상 소송 걸렸다는 뉴스를 심심치않게 봐왔고, 성업중인 웹하드 서비스 첫 페이지에서 항상 띄우는 '저작권 보호 목록' 팝업창은 이제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저작권이라는 말은 항상 보호, 단속이라는 단어와 짝을 이루어 사용되어서일까요. 여하튼 저작권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불편한 단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틀림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렉앤플레이는 여지껏 저희에게 생겨난 저작권의 보호를 주장하지 않았거든요. 우선 저희만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고, 결과물에 대한 보상보다는 작업 과정에서의 재미 혹은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고자 했기 때문이었어요. 때문에 그에 수반하는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여 즐거움을 나누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로 크게 알리지 않은 것은,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 것을 주장하는게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아하하.


 저작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온전한 보호입니다. 창작자가 의도대로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되고자 함이지요. 자신의 작품이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은 모든 창작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요. 하지만 렉앤플레이는 매체를 인터넷으로 택한 이상 영상을 보는 환경의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모니터가 다르고 사용하는 웹브라우저도 다르고, 스피커도 모두 다르지요. 환경을 통제하고 싶지도 않았구요. 다만 고음질 고화질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HD로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비메오 채널에 가시면 고화질로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상영회를 한다거나 해서 한번 통제된 AV의 맛을 선보이고자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두번째는 수익입니다. 저작권 보호를 통해 저작 활동에 필요한, 혹은 그 이상의 수익을 내고자 함입니다. 수익은 경제적인 수익이 될 수도 있고,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무형의 가치(인터넷을 예로 든다면 트래픽이 폭발하는 조회수나 댓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현재 저작권에 대한 이해나 법이 급격히 폐쇄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는 비용이 듭니다. 다행히 저희는 인터넷과 기술의 도움으로 (이럴땐 21세기가 가끔 고맙습니다.) 렉앤플레이를 운영함에 있어서 제작비와 유통비가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밥값과 교통비, 가끔 렌즈 같은 촬영 장비를 대여할 때 드는 돈 정도입니다. 아, 술값은 좀 많이 듭니다. 이게 가능하게 되었던 것은 기술보다 저희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뮤지션들과 여러 도움을 주시는 분들 때문입니다. 아, 고맙습니다 정말. 애초에 상영 환경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인터넷 매체의 특성과 비용이 0으로 수렴하는 두가지 요소가 저희가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렉앤플레이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멤버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자라난 젊은이들입니다. 네트워크가 키운 아이들이랄까요. 인터넷을 통해 많은 문화, 정보를 얻고 향유하며 자라왔습니다. 현재 각자 하고 있는 작업도, 렉앤플레이도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지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정보와 문화를 공유하는 정신에 얼마간 빚을 지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작은 보답을 하고자 작업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정작 저희는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을 사용함에 있어서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CC License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BY 라이센스입니다. 원저작자 표시 이외에 어떠한 제한 조건도 걸지 않습니다. 렉앤플레이 작업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좋고, 재가공하여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희 작업물을 사용해주신다면 영광입니다.


 공유의 정신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이나 행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공유를 한다고는 하지만, 리믹스가 상대적으로 쉬운 음악과 달리 영상은 재가공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렉앤플레이는 비메오와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 한 후에 임베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메오나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들이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불편합니다. 화질도 좋지 않구요. 직접 다운로드 가능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트래픽이 문제였지요. 다행히 무료로 ftp를 지원하는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몇 번의 테스트 후에 얼마 전부터 iPod에 최적화 된 영상의 다운로드를 시작했습니다.


 영상에 자체에 대한 공유 뿐 아니라 영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공유도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게을러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아 뭔가 있어보이는 척 길게 글을 썼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저희 작업물을 이용할 수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저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렉앤플레이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것은 우리가 우리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이고, 현재 막히다 못해 단단히 굳어있는 인터넷 문화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우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나눔은 더 나은 문화를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2010년 4월 16일